첨밀밀

By Hurd

1995년 5월 8일 등려군이 세상을 떠났다. 이 뉴스를 듣고 뉴욕의 거리를 걷던 장만옥이 어느 쇼윈도 텔레비전 앞에 멈춰 등려군의 생전 모습을 지켜본다. 여명은 마침 그곳을 지나치지만, 등려군의 이미지가 그를 당긴다. 낮에는 등소평을, 밤에는 등려군을 듣던 본토의 동지들은 제각기 달콤쌉싸름한 욕망의 환상통을 겪다가 자본주의 세상의 중심에서 비로소 마주 본다.

첨밀밀의 한 장면

영어 제목이 모든 것을 담고 있다. <Comrades, Almost a Love Story> 진가신 감독에 의하면 이것은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연인이 아니라 낯선 세계에 밀려온 외로운 이웃이다. 그들은 홍콩에 도착할 때 등을 맞대고 온다. 서로 알지 못하면서도 이미 서로를 의지했다. 영화 속 모든 인물은 상대를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대상의 이미지를 소유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헌신한다. 사랑에 대해 말할 필요 없다. 그들의 마음은 달빛이 대신 말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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